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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 잔지바르 스톤타운 (Zanzibar - Stone Town)-아프리카

정의파파 2024. 1. 21. 20:32

드디어 잔지바르!!

대망의 잔지바르!!

저를 탄자니아로 이끌었던 바로 그 잔지바르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별별 일이 많았던,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 곳이예요.

 

5월 23일 목요일,

유키언니와 함께 워크캠프 일정보다 이틀 이르게 킬로사를 떠났습니다.

유키언니의 비행기가 바로 25일 토요일에 있었고 그래도 함께 잔지바르를 꼭 가고 싶었기 때문에

둘만 캠프를 조금 일찍 끝마치기로 한 겁니다.

 

아침 일찍 7시 좀 덜 되어서 킬로사에서 다르에스살람 행 버스를 탔고 12시 좀 넘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탈 다르에스살람 행 페리는 3시.

 

  사진찍기를 정말 좋아했던 파라쿠요 초등학교 선생님께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가져왔던 7년도 더 된 낡은 카메라를 드리고 온 터라

새로운 카메라가 필요했었다.

우비키유타 소속 운전기사인 Adson은

나와 유키를 페리 항구로 데려다 주기 위해 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버스터미널에 마중을 나와 있었고

그에게 부탁해서 한 쇼핑몰로 가서 새로운 아무런 카메라를 고르기로 했다.

  일본인 친구 앞에서 애국심이 발동해서 소니와 니콘 등등은 다 뿌려치고 삼성매장을 찾아 카메라를 샀다.

저기 붙어있는 삼성 오리지널, 아프리카 스티커가 신기해서.

오랜 고심 끝에 결국 하나를 골랐다.

선착장 쪽에서 유키언니와 함께 식당에서-.

역시 치킨과 칩스-. 맨손으로 먹었다!

 

3시가 되어 페리에 올랐다.

우리가 이용한 Azam이란 회사에서 붙여준 안내인이 우리를 배 안까지 바래다 줬다.

형광색 조끼입은 사람들이 짐을 들어다 주겠다며 다가와 간혹 막무가네로 짐을 뺏어들기도 한다.

그리곤 짐을 옮겨주는 댓가로 많은 돈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 안내인의 역할은 우리들을 그들로부터 지켜주는 것.

 

그 사람은 내 성이 KIM이라는 걸 듣고는

"Oh! Kim"하면서 엄청 반가워 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온 많은 Kim들을 만나 봤나 보다.

드디어 페리에 올랐다.

무거운 배낭을 앞뒤로 두개나 매고 이리저리 헤메다 보니 약간은 지쳤다.

정들었던 워크캠프 친구들과 헤어진 외로움도 피로에 한 몫을 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건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니까. 우울할 겨를이 없다.

 

유키언니와 함께! AZAM 페리 안에서-.

우리를 배까지 데려다준 사람이 여기 직원들과 친한지

우리는 이코노미석을 샀는데 1등석에 들어가라 해서 1등석을 탔다! 야호!

거의 도착!!

KAIBU ZANZIBAR!

가리부는 스와힐리어로 환영한다는 뜻이다.

웰컴투 잔지바르!

아하

잔지바르 페리 선착장에는 출입국사무소가 있다.

때문에 출입국사무소에서 여권을 확인하는데 여기서 비자 관련 꼬투리를 잡아서 겁을 주기도 한다.

나는 탄자니아에 여행비자를 받고 들어왔다. 여행비자비는 50불이고 약 3달간 유효하다.

유키언니는 봉사활동 비자를 받고 들어왔다.

여권에 도장 찍어주는 이 안부를 묻는 듯 가볍게 어디갔다 오는 길이냐고 묻는 말에

나는 여행중이라고,

유키언니는 나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왔다고

서로 다른 답을 하는 바람에

수상쩍게 여긴 그들은 우리를 사무소 안으로 소환했다.

결론은 나한테 당장 200불을 내고 봉사활동 비자를 받으란다.

나는 그들에게 나한텐 당장 그 돈도 없으며

나는 봉사활동을 했다기보단 그냥 한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뿐이고

이제 어차피 정말 여행만 할 거라고 얘기했다.

20여분간의 실랑이 끝에 그들은 우리를 놓아줬다.

그냥 알았다며 들어가라는 것이다.

우리가 봐준다는 식이었다.

무엇을 위한 실랑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이것도 이것대로 어리둥절한 상황이었지만

일단 앗싸 돈굳었고 안전하다는 생각에 얼른 자리를 떴다.

 

정 문제가 커지면 워크캠프 기관에 연락해서 도움을 청하려고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었다.

유키언니와 함께 있긴 했지만

언니는 영어를 잘 못해서 거의 나 혼자 남의 나라말로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사실 두렵고 무섭고 막막하긴 했지만

결국엔 다 잘 되었으니!

어떤 얘기가 진행중인지 상세히 모르는 유키언니는 나보다도 더 두려웠으리라.

해방감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나와 유키언니는 급속도로 피곤해졌다.

이곳에 오기 전 우리는

스톤타운 선착장에서 걸어갈 수 있다는 '잠보 인' 이라는 게스트하우스 더블룸을 예약해 뒀었다.

론리플래닛에 나름 좋은 숙소로 소개되어 있었고 가격 또한 매우 착해서 약간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곳을 가기 위해 론리플래닛에 있는 지도를 뒤져보고 

간혹 눈앞에 보이는 여행객들에게 길을 묻고 있는데

주변에서 자꾸 이런저런 숙소 호객행위를 한다.

 

이미 예약해 놓은 숙소가 있다고 따라오지 말라고 한 사람에게 얘기했다.

어디 예약했냐고 물어보길래 잠보 인 이라고 말하니깐

본인이 거기서 나왔다고 한다!

나와 유키언니는 신나서 우와 이제야 운이 따라 오나보다 하며 신나게 그 사람을 따라 갔다.

 

방은 조금 낡아보였지만 나쁘지 않았다.

사실 워크캠프 숙소에 비하면 훨씬 좋고 넓었기 때문에 그냥 기쁘게 짐을 풀고 대충 한시간가량 뒹굴뒹굴 쉬었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

스톤타운은 야시장으로 유명하다.

Forodhani Gardens라는 일종의 조그만 공원이 있는데 밤만 되면 그곳에 수많은 음식 좌판들이 자리를 잡는다.

그 좌판들 위에는 수많은 해산물 꼬지들과 스톤타운 피자들이 놓여있다.

스톤타운 피자는 뭔가 우리나라 부침개같았다. 들어가는 재료들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좌판 하나를 골라 유키언니와 나도 이런 저런 음식들을 골랐다.

해산물 꼬지들을 이것저것 골라 접시에 담았다.

조금 멀리서 본 스톤타운 야시장의 모습

유키언니와 나의 접시!

저기에 매운 랍스타 꼬지도 있다.

엄청 싸길래(하나에 3000원도 안됨) 시켰는데 그냥 안매운걸로 시킬걸 그랬나 별로 맛은 없었다.

유키언니와 음식과 함께!

저 음료수는 슈가케인 음료수였다.

 

사탕수수를 눈앞에서 짜서 만드는 음료다. 정말정말 맛있다.

그런데 이 음료를 시키는 과정에 조금 문제가 있었다.

음식을 받아서 벤치에 앉았는데 몇 사람이 오더니 음료수를 시킬거냐고 물어봐서 그러겠다고 했다.

그들은 한잔에 3,000sh이라고 말했고 우리는 10,000sh 지폐를 냈다.

거스름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돈을 떼였나 싶어 불안해진 우리는 그들이 갔던 방향으로 그들을 찾는데 찾을 수 없었다.

큰 돈은 아니지만 헛 돈을 떼일 순 없어

음식을 시켰던 좌판에 가서 그 사람들에 대해 물어봤는데

그들이 맥주를 팔아서 경찰서에 잡혀갔다고 했다.

스톤타운에서는 지정된 장소 이외의 장소에서 주류를 팔면 불법이다.

에이 뭐야 하며 혹시나 해서 같은 자리에서 조금 기다리니 그 사람들이 나타났다.

거스름돈에 대해 물으니 1,000sh만 주면서

자기들은 분명 한잔에 3달러라고 말했다며, 그러니 한 잔에 4,500sh인 셈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우겨대는 데 어쩔 수 없었다.

 

여태껏 즐거운 추억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상황에 기분이 좋지 않다.

주문을 한 후 샘하지 않고 돈을 건넨 우리의 부주의도 있지만

뭔가를 당하고 나니 찜찜하다!

김이 빠져 그만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스톤타운의 골목길은 복잡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정말 미로다. 빌딩들도 다 똑같고 베베 꼬여있어서 길 찾기가 정말 힘들었다.

 

계속해서 꼬이는 상황에 지칠 법도 했지만 그래도 웃을 힘은 남아 있었나 보다.

한참 헤메다가 갑자기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한참을 같이 웃었다.

도저히 길을 못 찾겠어서 숙소에 전화를 시도했지만 계속해서 연락이 되지 않았고 

현지인에게 잠보 인을 아냐고 물었다.

몇번의 시도 끝에 숙소까지의 길을 안다는 사람을 발견했고 다행히 안전히 도착한 듯 했다.

그런데 그곳은 우리짐이 있는 우리의 숙소가 아니었다.

분명히 그 숙소의 이름은 잠보 인이었는데 우리 숙소가 아니었다.

이게 대체 무슨일일까?

기가 막힌 우리는 카운터에서 혹시 잠보 인이라는 숙소가 두개 있냐고 물었는데 아니란다. 자기네밖에 없단다.

이제야 깨닳았다.

선착장 앞에서 만난 호객꾼은 다른 곳에서 보내진 사람이었는데 잠보 인이 원래 좀 유명한 곳이라서 그 이름을 빌어다가 우리를 유인한 것이다. 

그럼 그 숙소 이름은 뭐고 거긴 어디에 있는거지?

어떻게 돌아가나 하는 마음에 갑갑해져옴과 동시에 조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길잃으면 어떻게 찾아돌아오라고 세상에 숙소 이름을 바꿔치기 할 수가 있지?!!!

ㅠㅠ 멘붕

하지만 정말 엄청나게 피곤하니 일단 숙소를 찾아야지.

다행히 그 숙소는 잠보인 근처에 있었고 몇바퀴 좀더 돈 끝에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기 전 까지는  크게 불만이 없었는데 사실을 알고 나니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에게 당신 거짓말 한거냐고, 길 헤매다가 여기가 잠보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얘기하니깐

그렇다고, 여기는 만취하우스란다.

Manch House.

숙소 옮길거냐고 물어보길래 당연히 그냥 잘 거라고 했다.

엄청 피곤하고 이미 시간도 꽤 늦어졌었기 때문이었다.

심술이 나서 침대 위에서 뒤척뒤척 하다가 피곤함에 빠르게 잠들었다.

잔지바르에 들어오고부터 그렇게 긴 시간을 지낸 것도 아니었는데 벌써 많은 일들을 겪었다.

엄청 지치고 어쩜 이런 일들을 이렇게나 한번에 많이 당할 수 있나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흥미진진 하기도 하면서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날이 탄자니아 여행 중 가장 나쁜일을 많이 당한 날이었다(횟수로 세어보면).

어쩜 첫 날에 이렇게 당해봐서 다음번 부터는 좀더 요령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