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5일부터 약 3주간 탄자니아의 Uvikiuta라는 기관에서 워크캠프를 참가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워크캠프 참가차, 그리고 사실은 그것을 빌미로 전부터 가고싶었던 탄자니아의 Zanzibar라는 섬에 가볼 마음으로 탄자니아에 갔습니다.
워크캠프 시작일은 5월 5일이었지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고 수도 다르에스살람도 좀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보다 하루 전인 5월 4일에 비행기를 탔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프레토리아는 남아공에서 가장 큰 국제공항이 자리하고 있는 요하네스버그(조벅) 근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남아공이지만 요하네스버그와 프레토리아 사이(Gauteng)에는 Gautrain이라는 지하철이 연결되어있습니다. 그 노선은 다행히 공항까지 뻗어있었기에 열심히 한달동안의 짐들을 배낭에 싸서 출발합니다.
가우트레인의 Marlboro 역입니다. 저는 Hatfield 역에서 출발하는데 공항까지 가려면 한번 갈아타야합니다.
이곳이 갈아타는 지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남아공을 아직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찌되었든 이곳에도 훌륭한 전철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드라켄즈버그에 다녀오는 길에 바즈버스 안에서 다른승객들과도 가우트레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죠.
남아공에 독일의 것처럼 깨끗하고 빠른 지하철이 있다면서 놀라워하더군요
훗 한국엘 와봐야하는데 이사람들이. 물론 한국의 지하철이 훨씬 편리하고 값이 싸긴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지하철이 존재한다는것.
가격은 R 135 정도였습니다(한화 약 16000원). 역이 거의 끝에서 끝이어서 더 비쌉니다.
그래도 값이 이렇게 비싸니깐 이 지하철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제 탄자니아입니다!
첫쨌날
남아공에서 네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탄자니아에 도착했습니다.
탄자니아는 남아공보다 시간이 한시간 빨랐습니다. 내 한시간 잃어버린 느낌ㅠ
그러니깐 탄자니아는 한국보다 6시간이 늦고 남아공은 7시간이 늦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비자를 신청하고 발급받습니다.
비자비용은 50$ 입니다.
한국에서 남아공 들어올 때 갖고있던 미 달러가 있어서 이걸로 계산!
비자발급받는데 시간이 40분 이상 걸렸던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타 국가들에 비해 빠른거긴 하지만(단기간 방문땐 비자 필요치 않은 보츠와나와 남아공 제외)
예약해놓은 숙소에서 픽업하러 오기로 되어있어서 기다리고 있을 거였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 급했습니다.
비자 도장을 받고 후다닥 밖으로 나가보니 다행히
입국장 바로 앞에서 제이름을 크게 쓰고 기다리고 있는 인상좋은 분을 발견했습니다.
탄자니아는 후덥덥합니다.
가우트레인 사진에서 보듯이 남아공은 당시 가을로 접어들어서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때였습니다.
더워질 날씨를 예상하고 반팔을 입고 오긴 했지만 어쨌든
'아 이제 더운 말라리아위험지역에 드디어 들어왔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아 말라리아!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했습니다.
말라리아 예방약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매일 먹는 약 (Doxycycline)과 일주일에 한번씩 먹는 약.
일주일에 매일 먹는 약은 너무 비싸기도 하고 위험지역에 들어가기 일주일 전부터 복용해야합니다.
탄자니아 오기 직전에 드라켄즈버그를 가느라 신경을 미리 못써서
예방약을 급하게 준비했고 가격문제도 있어서 그냥 매일 먹는 약을 선택했습니다.
이건 출국 이틀전인가 하루 전인가부터 복용하면 됩니다.
그런데 다시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들어간다면 그냥 예방약을 복용하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예방약을 복용하면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 증세가 미미해져서
발병한 사실을 발견하기 힘들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방약이 병을 100% 예방해주는 것도 아니고
말라리아는 병원만 가면 치료 가능한 병이기 때문에 굳이 약을 먹어야 했나 싶었습니다.
함께 워크캠프에 참가했던 일본인 언니는 말라리아 예방약 없이 잘 지냈으니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흠 하지만 좀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이제 또 다른 나라로 넘어 왔으니 저에게 급한건 탄자니아의 화폐와 핸드폰을 개통할 심카드였습니다.
탄자니아의 화폐 실링(Shilling)입니다.
1000sh이 1000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환율을 따지만 1000sh이 600-700원 정도 됩니다.
이제 이곳은 물가가 쌉니다. 남아공은 한국하고 비슷했는데 말이죠.
핸드폰을 개통한 곳입니다.
이렇게 길거리 좌판에서 제 핸드폰 유심칩을 샀습니다.
심카드는 2000sh입니다.
엄청나죠?
이렇게 싸고 간단할 줄이야.
심카드는 이렇게 사서 끼우고, 길거리에 있는 좌판이나 아무 가게에 가서 해당 통신사 크레딧(종이로 된 카드처럼 생김)을 사면 그 번호를 핸드폰에 입력해서 요금을 충전해서 사용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 핸드폰이 아이폰이라서 심카드 크기가 달랐기 때문에
심카드를 구입했어도 핸드폰에 장착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워크캠프에 가니 친구가 도와줬어요.
그냥 핸드폰 크기에 맞춰 가위로 자르면 되더군요.
심카드가 이렇게 다루기 쉬운거라는 걸 또 처음 알았습니다.
이걸 못집어 넣어서 부모님 걱정 시켜드린걸 생각하면 !! ㅠㅠ ㅎㅎ
제가 머물 숙소는 Central Dar es salaam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현지인들은 '포스타' 근처 라고 지명하더군요. 포스타는 우체국입니다. '포스트 오피스'의 변형인 것 같습니다.
Luther House
제가 머문 숙소의 이름입니다. 여기에 머물기로 한건 그 다음날 워크캠프 집결지가 바로 이 숙소 1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지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더 싼 숙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가장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고 선택한건데 제가 느낀 다르에스살람은 안전했습니다. 게다가 시설도 가격(학생이니 할인해달라고 졸라서 받은 가격이 30,000sh)을 고려하면 그닥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냥 싼 숙소를 잡았어도 됐었을 것 같지만 이렇게 배우는거죠!
앗 그렇지만 제가 운이 좋았던 걸수도 있고, 어딜가나 위험은 존재합니다.
가장 중요한건 어딜가나 스스로 조심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입니다.
너무 방어만 하다보면 봐야할 걸 보지못하게 되기도 하니깐 적절히 말입니다.
하하 어렵죠...
어찌되었든 심카드를 사고 핸드폰에 장착 못한 채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키를 받고 방에 짐을 넣고 나니 시간은 4시쯤 되었습니다.
할일도 없고 시간이 아까워 탄자니아 여행 내내 저의 커다란 보물이었던
론리플래닛(배낭족들을 위한 탄자니아 가이드북)과 조그만 가방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거리를 걸으니 여긴 정말 아프리카같았습니다. 남아공엔 백인들도 많이 있었는데 여기는 흑인들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아시안인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맘보!" "잠보!" 하면서 인사를 겁니다.
저때는 스와힐리어를 하나도 몰라서 그냥 저도 "맘보, 잠보!" 라고 답을 했었죠.
택시기사 없이 혼자서 처음으로 밖을 거닐었고 그때가 또 우기라서 날도 우중충했기 때문에 뭔가 꿀꿀하고 그랬습니다.
적당히 걷다가 저녁거리될 만한거나 사서 빨리 돌아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두 남자가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옵니다.
그들은 사정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미술을 무료로 가르치는 교사라고 했고
가지고 있는 그림들을 하나둘 꺼내서 보여줬습니다.
두루마리같은 천 위에 그린 유화들이었습니다.
탄자니아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마사이족에 관련된 그림들이 많았습니다.
천 위에 튼튼하게 그려진 그림이라서 마구 접어도 상태는 보존된다고 했고(실제로 굉장히 튼튼합니다)
기념으로 하나쯤 가지고 있어도 되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림도 아주 훌륭했거든요.
그런데 부르는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더라구요. (25,000sh을 불렀어요)
그래서 아 미안하다고 난 가난한 학생이라고 다른 진짜 관광객들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깐 계속 이 모든게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거라고,
아무것도 못 버는 것 보단 조금이라도 버는 것이 낫다면서 학생할인이라고 15,000sh을 부르더군요.
예술인 그들을 인정하여 제 값에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돈이 없었으니 어쩔수가 없었어요.
좋은 그림을 싸게 사서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그림을 샀습니다.
그들은 고맙다고 시내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성적으론 그들을 믿기 힘들었지만
제가 스스로 자신하는 저의 여섯번 째 감각이 그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아 고맙다며 선뜻 따라나섰습니다.
그들이 저를 가장 먼저 데리고 간 곳은
탄자니아의 Botanical Garden.
식물원입니다.
여러 종류의 나무들과 식물들이 한데 모여있습니다.
사실 탄자니아에 널리고 깔린게 식물들이고 나무들인데 왜 굳이 이렇게 모아뒀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다르에스살람은 탄자니아의 수도는 아니지만 가장 발달한 도시입니다.
예상 외로 많은 고층빌딩과 차와 도로들이 있습니다.
작은 도시지만 그래도 그 속에 사는 이들에게도 역시 자연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그냥 그 자체가 필요했나 봅니다.
보테니컬 가든에서 발견한 공작 새-벽 가까이 보이는-,
꼬리를 펼치니 화려한 문양들이 예쁩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웠던 건-,
식물원 주변 도로와 빌딩 근처 아스팔트 위를 공작들이 그냥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를 이곳까지 인도해주었던 종고와 에반스, 길거리를 다리는 지역사람들 모두 아무렇지도 않은데
저 혼자 신기하고 놀라워서 난리가 났습니다.
당시가 주말(토요일)이었고 어두워져 가는 시간이어서 다른 장소들은 더 도전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곳들은 입장료도 비싸더군요.
앗! 보테니컬가든은 공짜 였습니다~
이제 슬슬 배도 고프고 로컬식당이 좀 궁금했던 저는 그들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청했습니다.
로컬식당입니다.
사실 막 도착해서 음식과 날아다니는 파리들을 보고는
'아아 괜찮으려나.. 식중독걸리는거 아닐까' 등의 걱정을 했습니다.
(왼쪽부터) 에반스, 나, 종고, 이름모르는 친구
포크와 나이프를 쓰지 않기 때문에
앞에 있는 바가지에 있는 물로 밥먹기 전후에 간단히 손을 씼습니다.
제 첫 맨손식사였습니다.
우왕! 치킨과 칩스입니다.
여기서도 남아공에서도 감자튀김을 보통 칩스라고 부르더라구요.
먹음직스럽죠?
맛있었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지 못했습니다.
이 한 접시와 종고와 에반스가 먹은 칩스 접시까지, 세사람이 먹은 음식이 단돈 6000sh!
우리 돈 4000원도 되지 않습니다.
현지인에만 둘러싸여 구경당하면서 한창 뻘쭘하던 차에
바로 옆 테이블에 또다른 무중구, 독일인 자원봉사자들이 한무더기로 와 앉았습니다.
무중구는 스와힐리어권 사람들이 피부색이 하얀 사람들을 칭하는 말로,
돈 많은 사람들이라는 생각과 함께 쓰는 단어입니다.
그들에겐 아시안도 피부색이 하얀 사람입니다. 저 또한 의도치 않게 그곳에서 무중구였습니다.
그들은 포크와 나이프를 달라고 해서 그걸로 음식을 먹더군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깨닳으면서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아프리카니깐 손으로 먹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하핳
카메라로 음식이랑 주변 풍경을 열심히 찍고 있던 저에게
본인 사진도 찍어달라고 그러시더군요! 하핳
저 코카콜라 그림 그려진 조그만 공간은 디제이룸 같았습니다.
많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Bar 용도였던 것 같기도 한데
사실 정확한 용도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그냥 뮤직바.
다르에스살람 앞 부두 정경.
한창 우기여서 날씨가 좋지 않아요 하하..
사람들이 자꾸 말걸어서 급하게 찍느라 흔들렸네요 ㅠㅠ
또다른 친구 한명이 사진 찍어달라면서 재밌는 포즈!
저거 손씻는 물 담은 바가지인데 ㅎㅎ
이렇게 식사를 마치고 사진도 찍으며 놀고 나니 시간이 6시를 넘겼습니다.
슬슬 어두워지고 겁도 나서 이제 숙소에 돌아가겠다고 했고
친절한 그들은 저를 숙소 바로 앞까지 안전히 바래다 주었습니다.
저에게 메일주소와 희망에 가까운 재회의 기약만 남긴 채 말이죠.
숙소에 도착해 대충 세수만 한 체 모기장을 침대에 단단히 끼우고 잠에 듭니다.
샤워를 하지 않은건 귀찮아서라기보단
식수가 귀한 아프리카에서 물을 맘껏 쓰기가 왠지 미안해서였다는, 변명을 해봅니다.
잠들기 전 일기를 쓰면서 드는 생각.
아 이제 이곳에선 모든걸 나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구나.
드디어 나는 정말 철저히 혼자구나.
이 생각 뒤에 따라오는 감정은
다행히도 외로움이나 쓸쓸함이나 두려움이 아닌 기대와 설렘이었습니다. 하핳
둘쨌날
굿모닝!!!
탄자니아에서 처음 맞는 아침입니다~
왜그렇게 기분이 좋았는지 참 아직까지 미스테리입니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숙박료에 포함되어있던 아침의 전채요리입니다.
익힌 아보카도!
아프리카에서는 보통 야채들을 익혀먹습니다.
맛은, 흠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쁜뜻은 아닙니다 ^^
아침의 메인요리!
라고 하기에 조금 조촐한 감이 있긴 하지만, 메인요리입니다 ㅎㅎ
스페니쉬 오믈렛과 티.
오믈렛에 이런저런 야채를 넣으니 꼭 우리나라 부침개같더군요. 파 없는 부침개.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니 시간은 8시 반쯤 되었습니다.
워크캠프 집결시간은 오후 두시.
꽤나 넉넉한 시간이 남아있었습니다.
오늘은 어제 다녔던 포스타를 벗어나 아주조금 더 멀리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론리플래닛에 표기되어있는 Greater Dar es salaam에 가보기로 합니다.
이곳에는 아프리카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예술품들을 전시해놓는 장소가 많이 있다고 적혀있더라구요.
체크아웃을 하며 큰 짐을 숙소 카운터에 맡겨놓고 지도를 가리키며 여긴 어떻게 갈수 있냐고 물어보니
여긴 좀 멀다고 달라달라를 타라고 합니다.
달라달라 정류장은 숙소와 가까웠고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가 Namanga에 가는 달라달라를 물어물어 탔습니다.
달라달라는 시내버스입니다. 시내버스같은 비교적 단거리 운행 버스를 달라달라라고 부르고 도시 사이를 이동하는 기본 2시간 이상의 시외버스를 버스라고 부르는 것 같았어요.
다르에스살람의 달라달라는 서울의 마을버스정도 크기의 버스들인데 다른 도시에 있는 달라달라는 트럭을 개조해서 만들기도 하고 봉고차를 이용하기도 하는 등 그 모습이 다양합니다.
400sh을 내고 나망가 행 달라달라를 탔습니다.
로컬주민들만 있었고 조금 무서웠지만 나쁜 사람들의 표적이 되고 싶지 않아 일부러 더 꾀죄죄한 모습으로 단촐하게 나왔던 저는 애써 두려움을 감추려 헤벌레헤벌레 거리며 목적지를 향해 달렸습니다.
드디어 나망가에 도착했고 론리플래닛의 지도를 따라
첫 목적지인 예술품 전시&판매장 Wonder Workshop을 향해 발걸음을 땝니다.
그런데 당시엔 날도 흐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지도는 지나치게 간단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영어를 잘 하지 못했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어져있는 Wonder Workshop은 로컬주민들에게 조금 생소했나봅니다.
길을 잃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조금씸 거세지기 시작했고 방랑자의 마음으로 외출했던 저에겐 당연히 우산도 우비도 없었습니다.
에라 이왕 비맞은김에 더 쏟아져서 홀딱 젖어버렸으면 했습니다. 하하 좀 이상하죠?
이미 지도에 표시되어있는 거리보다 훨씬 많이 걸은 것 같았고,
굳이 거길 가야 뭘 보는건가, 이렇게 걷기만 해도 어딜 가든 이곳은 내게 새로운 것들 천지이니
이것 또한 즐거울 것 같아서 그냥 지금 지나는 길이나 잘 기억해놓자는 마음으로 계속 걸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조그만 전업사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안그래도 탄자니아 트렌스레이터가 필요했던 저는 인상좋은 인도인 할아버지가 앉아있는 그곳에 멈췄습니다.
일렉트릭 트렌스레이터를 달라고 했습니다.
처음에 하나 보여주시더니 8,000sh이랍니다!
너무 비싸다고 좀더 싼걸 달랬더니 다른걸 꺼내시고는 5,000sh을 달라시네요!
더 싼건 없냐고 찡찡거렸더니 웃으면서 2,000sh짜리를 꺼내셨습니다.
웃으면서 얼른 샀죠.
나망가에서 만난 현지인들 중 가장 영어를 잘 하시길래 이때다 하고
지도를 보여드리며 이곳이 어디냐고, 'Wonder Workshop' 이란 곳을 아시냐고 물었습니다.
이 가게가 있는 도로가 Kimweri 에비뉴인건 알겠는데 원더워크샵은 모르시겠답니다. 하하
알겠다고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이제 다시 길을 나서려는데 마침 비가 완전히 쏟아집니다.
막상 진짜로 비가 쏟아지니 빗 속을 걸을 엄두가 안나더군요.
이게 바로 열대지방의 소나기군. 그걸 뭐라고 불렀더라 스콜이었던가?
하며 어느덧 삼년도 더 지나버린 고등학교시절 세계지리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더듬어 봅니다.
인자한 미소의 할아버지는 비는 금방 잦아들거라며 좀 있다 가라고 하십니다.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할아버지와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탄자니아식 조그만 택시와 빗속을 달리는 무슬림 아이.
다르에스살람의 모든 택시가 저렇게 생긴건 아니고 그냥 저렇게 생긴 택시도 있습니다.
한 번 타 볼 껄 돈아낀다고 달라달라만 탔네...
아이는 심부름중이었는지 어딜 급하게 가는 중이었고
인상좋은 할아버지는 스와힐리어로 아이에게 이런저런 말을 겁니다.
아마도 조금 쉬었다 가라고 말하신 듯.
쏟아지는 빗소리는 음악으로 다가왔고
할아버지의 인자한 미소는 작위적이지 않아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꼬마아이는 이방인인 저를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봤지만
갑자기 저는 그 아이를 꼭 웃기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온갖 웃긴 표정을 지으며 아이를 봤습니다.
어느덧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를 보았고 그 사이 비는 잦아들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이렇게나 편안한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거구나 깨닳으며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대충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이쯤이겠거니, 지도를 통해 짐작하며 목적지를 다른 전시장으로 바꿨습니다.
길 위엔 방금의 소나기로 인해 물이 넘쳐났습니다.
남아공에서 산 이천원짜리 쪼리를 신고와서 신발이 젖을 걱정은 없었지만
지저분해 보이는 물속에 온 발을 담그며 걸어야 했습니다.
가면 갈 수록 물은 더 고여있었고 아무래도 목적지를 고수하는건 무리인 것 같아서
달라달라정류장과 가까워 보이는 다른 장소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2- 30분을 걸었나? 비구름이 걷히고 햇볕이 강하게 비췄습니다.
아? 이게 바로 열대지방의 우기구나.
열 번 외우는 것보다 한번 겪는게 역시나 낫네!!.
푹푹 찌는 햇볕 사이를 걸다 다시 길을 잃은것 같아
한 로컬 식당에 들어가 거기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한 사람이 제 목적지인 Tingatinga Centre 에 가는 길을 안다고 했고 선뜻 데려다 주겠다고 합니다.
사실 또 조금 두려웠지만 다시 한 번 저의 여섯번 째 감각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두사람만의 길에 어떤 비상사태가 생길 지 몰라
한국에서 준비해 둔 가방 속 후추스프레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이 변덕스러운 더운 날씨에
저를 도와주겠다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나선 그의 이름은 쥬니!
귀여운 이름입니다.
그저 외국인에 대해 호기심 많고 영어 연습 해보고 싶은 순수하고 착한, 평범한 청년입니다.
길을 걷고 걷다가 드디어 팅가팅가 센터에 도착!
어제 길을 걷다가 산 마사이족 그림과 비슷한 그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동물 조각들도.
진열대가 주욱 놓여있는 공간 옆에서는 일요일인 오늘도 많은 예술가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아프리카의 예술가들이구나.
흠 그렇지만 사실 엄청나게 놀랍고 즐겁진 않았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워크캠프 미팅포인트에 시간맞춰 도착하려면 슬슬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곳에서 달라달라 정류장까지 가는 길목에
나의 첫 목적지였던 Wonder Workshop 이 있단 말을 듣고는 그곳도 서둘러 들러보기로 합니다.
그러나..-,걷고 또 걸어서 도착한 원더 워크샵은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일요일엔 문을 닫는답니다 ㅠㅠ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마사이족 시큐리티는 얄궂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합니다. 크아아앙!!!!
아쉽지만 담을 넘을 순 없으니 이제 달라달라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버스정류장 근처까지 저를 바래다 준 쥬니는 역시나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고
또 두루뭉술한 재회의 기약만을 한 채 유유히 돌아갔습니다.
아 제가 물 한병 쐈습니다. 미안하고 고마우니깐 .. 하하
아침부터 몇시간을 걸은 저는 사실 오늘 본거 별로 없었지만 그새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 풍족한 마음을 안고
무사히 포스타행 달라달라를 탔습니다.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아까 올라탔던 정류장이 아니었습니다. 출발하는 곧과 도착하는 곳이 다른건가.
흠 아직 시간은 좀 남아있어서 천천히 찾아봅니다.
숙소를 찾는 길에 길거리에 있는 악세서리 좌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나무를 깎아 만든 투박하고 아프리카냄새 물씬 나는 물건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다 직접 만든거랍니다.
꼴에 나름 소녀라고 예쁘고 독특한 악세서리만 보면 정신을 못차립니다.
오늘 교통비 아낀다고 많이 걸어다녔으니 택시 한 번 탄 셈 치고 예쁜거 몇개 골라봅니다.
고르다보니 세트로 목걸이 반지 귀걸이 다 집어버렸네요.....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비와 땀에 쩔어서 조그만 가방하나 걸치고 있던 저의 상태는 할인받기에 아주 유리했습니다.
과연 얼마나 깎을 수 있을까!!
헤헤 반 이상 깎아서 이 모든걸 10,000sh에 샀습니다. 한국돈 8,000원 정도~
그리고 주인은 선물이라며 팔찌까지 하나 얹어줬습니다.
탄자니아 국기에 있는 색으로 만들어진 팔찌라고. 너네 나라에 돌아가서도 이곳을 잊지 말라고.
헤헤 합리적 이상의 가격으로 너무너무 맘에 드는 악세서리들을 구입하고
날아갈듯한 마음과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를 찾아갔습니다.
아슬아슬하게 2시 딱 맞춰 숙소에 돌아가니
저를 워크캠프 오리엔테이션장에 데려다 줄 기사님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합니다. 다른 참가자들도 와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저밖에 없네요.
기사님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어보니 오리엔테이션장에 가면 더 있을 거라고 합니다.
이렇게 1박 2일간의 짧고 굵은 다르에스살람 투어는 끝났습니다.
이제 워크캠프가 저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