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쨌날 (2013. 4. 29. 월요일)
오늘은 드라켄즈버그에서의 두번째 등산을 하게 됩니다. 목적지는 Cathedral Peak Summit!
원래는 전날 취소되었던 Lesotho 트립이 다음날로 미뤄져서 거기를 갈 계획이었는데 전날 밤 바에서 게스트하우스 소속 가이드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날 Cathedral Peak으로의 등산 또한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Amphitheatre를 걷고 등산에 맛들인 저는 코스가 훨씬 험난하다는 얘기에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마음속 깊은곳에서 솟아오르는 호기심을 감지했고, '뭐든 안하고 후회하지 말고 해보고 후회하자' 라는 좌우명 중 한마디가 머릿속에 계속 떠다녔기에 꼭 이 여정 또한 즐겁게 마치리라는 굳은 다짐과 함께 Cathedral Peak 행을 결정했습니다.
이 코스는 전에 갔던 곳 보다 여정이 훨씬 길어서 아침에도 더 일찍 출발합니다.
6시에 아침을 먹고 6시 반에 숙소에서 출발합니다. 일행은 가이드 한명과 일본단체관광객 4명에 나까지 총 6명. 4명 중 한명은 일본인 가이드였습니다. 이 일본인 관광객들은 등산 마니아들로, 수많은 등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남아공 또한 등산테마 여행으로 왔다고 하더군요. 등산이라곤 많이 해보지 않은 저는 조금 더 긴장이 되긴 했지만 그 그룹에서 확연하게 가장 어린 사람 또한 저였기 때문에 그걸로라도 자신감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어찌되었든 활시위는 당겨졌으니 하는김에 즐겁게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ㅎㅎ
중앙 세개의 봉우리 중에 가장 뾰족한 곳이 오늘의 목적지인 Cathedral Peak 입니다.
가는 길 버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등산로 입구 주변 도로 위에 원숭이가족들이 보입니다.
찻속에 있던 우리 일행들보다 원숭이들 쪽수가 더 많아서
누가 누구를 구경하는건지 헷갈리더군요ㅎㅎ
빨간배낭의 이사람이 바로 저를 이 엄청난 곳으로 끌어들인 가이드 Adrean 입니다!
유쾌하고 산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
The Calling 이라는 밴드의 Adrean이라는 곡을 알고 있어서 이름 외우기도 쉬웠습니다.
이 노래 아냐고 물어보니 다른 관광객들이 와서 말해주더라고, 하지만 본인은 아직 안들어봤다고 하더군요. ㅎㅎ
저 때가 시간이 아침 8시쯤 됐었는데 아직 달 형체가 저렇게 보이더라구요.
이번엔 저번에 갔던 Amphi보다 낮은 지대에서부터 등산을 시작하기 때문에 풀들이 조금 더 파랗고 우거져 있습니다.
걷다가 더워질거라 생각하고 7부 츄리닝바지를 입은 제 다리엔 덕분에 드라켄즈버그의 흔적들이 아직까지도 일부 남아있더랬죠.
첫 휴식 장소는 저 폭포 옆이었습니다. 물이 너무너무너무 깨끗하고 맛있어서 계속 물병에 담아다 마셨습니다. 이런곳이 있을 것 같아서 빈 병을 가져온것은 아주 잘한 짓이었어요. 마지막 사진은 동영상 찍었던 것을 캡쳐해서 화질이 매우 안좋네요ㅠ 폭포소리가 좋아서 담고싶어서 동영상도 찍었더랬죠.
광활한 자연 앞에 주눅들지 않는 당당한 뒷모습! 하핳
굉장히 꼬꼬마같이 나오긴 했지만 이 사진 정말 좋아합니다.
직접 찍은 사진은 내가 포함됨으로서 특별해지는 법!
핸드폰 셀카라서 화질이...ㅠㅠ
지대가 높고 다른 가림막이 전무하니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구름밖에 없더라구요.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그림자도 떠다닙니다.
구름의 그림자가 왜 그렇게도 좋았던지.
태극소녀
아이폰 파노라마.
도저히 손이 달달 떨려서 끝부분은 살려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부분은 경치가 엄청나죠? !!
Orange Valley 라고 가이드님이 얘기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많이 가파르지는 않은데 좀 긴 바위코스였습니다. 여기는 올라갈 때 보다 내려올 때가 더 힘들었어요.
많이 어두워졌었는데 돌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어야 했습니다.
Cathedral Peak까지 가는 길에는 갑자기 가파른 길이 나오는가 하면 이렇게 완만한 길도 나옵니다.
편평한 길을 걸으며 여유를 즐기는 것이 좋기도 했지만 언제 또 무시무시한 언덕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마냥 헤벌레거릴 수는 없었습니다.
사진은 별거 아닌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에겐 암벽등반과 사다리타기 등 이번 등산에서 가장 힘들었던 코스가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돌과 풀의언덕.
정해진 길이 없었기에 한발짝 땔 때마다 다음 발 디딜곳을 찾아야 했고
가끔 길을 잘못 짚으면 고생하게 되었습니다.
경력자와 초보자의 차이가 도드라졌던 것 같습니다.
쉬는 횟수가 잦아지고 속도 또한 현저히 느려졌던 저와
기존의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며 계속해서 걸었던 그들은 달랐습니다.
정말 힘들어서 '아, 그냥 내려가서 기다린다고 할까'라는 고민을 계속해서 했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읽었는지 뒤쳐지는 제가 혼자 남겨질 것을 걱정해서
뒤에서 함께 걸어주셨던 일본인 관광팀의 가이드분은 조그만 더 가면 평지가 나온다고,
지금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좀만 더 열심히 해보자며 계속해서 힘을 주셨습니다.
한발짝만 더, 한발짝만 더-,
드디어 정말 평지에 도착했고 거기서 가졌던 잠시의 휴식은 정말 달콤했습니다.
죽음의 언덕과 (제가 개인적으로 붙인 이름이예요. 죽는줄알았어서...) 저 사다리 .
생사의 길에서?사진 촬영을 깜빡했습니다.
언덕을 오른 후 짧은 평지를 지난 우리는 무시무시한 암벽을 올랐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부터 이 코스에 암벽등반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습니다.
가이드가 절 속인 건 아닙니다. 제 부족한 영어실력이 저를 마음의 준비 없이 암벽을 오르게 만들었습니다.
가이드는 전날 저녁부터 저에게 "There are 4 scrambles near to the peak"라고 말을 해줬는데 암벽등반은 그냥 rock climbing이라고만 알고있었던 저는 scramble 또한 바위를 기어올라가는 코스라는 사실을 몰랐던 거죠. 그냥 바위가 많은 언덕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내생애 첫 암벽등반을 실전 해보다니!
그래도 정말 진한 암벽등반에 비해서는 할만 한 코스니깐 제가 해냈겠죠?
사실 겁이 나긴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어서 이악물고 떨리는 다리 부여잡고 돌 위에 올랐고
가이드와 일행들의 응원에 힘입어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scramble의 뜻을 제대로 몰랐던게 다행이었다 싶기도 합니다.
만약 미리 알았더라면 이렇게 해낼 수 있었던 일을 지레 겁먹고 시도도 하지 않았을 것 같으니까요.
어쨌든 그래도 떨쳐낼 수 없는 두려움 속에서 했던 암벽등반이기에 사진 찍을 것을 잊어버렸습니다ㅠㅠㅠㅠ
아쉽구려 매우 아쉽구려
암벽을 탄 후 오른 사다리는 더이상 어렵지 않았습니다.
8시간 반의 산행 끝에 드디어 왔습니다.
Cathedral Peak!
아직도 그 때를 회상하면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저-쪽 구름낀 부분을 바라보며 "오 저쪽에는 비가 내려" 등의 얘기를 하며 세상을 내려다 보았죠.
감히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신의 영역에 온 것 같다는 기분이었습니다.
한낱 인간인 내가 비밀스러운 이곳에 감히 서도 되는 것인가.
우리의 가이드 Adrean 시리즈!!
마지막 사진은 우리들 단체사진을 찍어주고는 나를 잊지 말라며 직접 찍은 셀프카메라입니다. 하핳
Adrean은 Cathedral Peak에 도전하고도 등반을 끝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팀이 사실 완성하는 팀보다 많다면서
우리팀의 목표달성을 진심으로 기뻐했습니다.
내려가는 길.
함께했던 일본인 가이드 아리도미씨는 하늘위를 걷는 기분이었다고 하더군요.
저때가 4시 반에서 5시정도 됐었습니다.
올라가서 즐긴건 좋았는데 이제 내려가는 일이 남았었더랬죠.
곧 해가 저물텐데 몸은 지쳐서 속도내기는 힘들고 참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저는 제생애 첫 야간산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등산이 이렇게 늦게 끝날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저는 후레시를 가지고 있지 않았었고 날은 완전히 저물어버렸습니다. 핸드폰 손전등을 켜서 들고 다니기엔 매고 있는 배낭과 길 곧곧에 있는 장애물들과 장시간 산행 끝에 풀릴대로 풀려버린 다리를 고려했을때 좋은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Adrean이 저의 빛이 되어주었습니다. 몇발짝 걷고 뒤돌아 빛을 비춰주고 또다시 걷고 뒤돌아서 빛을 주고 이런 식으로 세상에나 거의 4시간을 걸었습니다. 물론 가이드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긴 하지만 굉장히 귀찮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가며 좋은 말동무가 돼 주었습니다. 드라켄즈버그 이후에 탄자니아까지 다녀왔지만 최고의 가이드는 단연코 Adrean!! 우리의 Adrean~
올라가는데 8시간, 내려오는데 5시간 해서 총 13시간정도 걸렸습니다.
이골이 날 법도 하지만, 어쩌죠? 전 이 등산을 통해 더욱 더 등산의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그 이후로 다시 산을 찾진 못했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있습니다.
모든 코스를 무사히 마치고 차에 올라탔을때 정말정말 행복했습니다.
힘든 후에 맞이하는 휴식이 어쩌면 모순되게도 등산의 가장 큰 묘미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11시 넘어 숙소에 도착한 우리를 위해 숙소에서 보관해둔 우리의 저녁!!
무슨음식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맛있었다는건 기억납니다.
하핳 앞으론 등산갈때 무슨일이 있어도 긴바지를 챙겨입을겁니다. 이렇게 겪으면서 배워나가는거죠 엉엉ㅠ
지금은 탄자니아에서 얻어온 모기물린 자국들이 저 상처들이 있던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엄청 늦은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니 룸메이트들이 호기심가득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지금까지 등산한거냐며 본인들은 Lesotho 다녀왔다고 이야기합니다.
대충 서로의 사진을 보며 서로 부러워합니다. 사실 그들은 제가 본 경치만 부럽고 등반은 부럽지 않다고 했습니다 하핳.
마지막 밤도 지나갑니다.
그냥 피곤하니깐 오랜만에 적당히 늦잠을 자고 다이어리도 적고 딩가딩가 놀다가
다시 바즈버스를 타고 프레토리아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아프리카대륙 에서의 첫 여행은 대만족이었고
이제는 곧 워크캠프 참가차 탄자니아에 갈 일이 남았습니다.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