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미루다가 드디어 처음으로 포스팅하네요.
저는 지금 잠시 남아공 프레토리아라는 도시에 어학연수차 머물고 있습니다. 여행 포함 이곳에 머무는 기간이 4월부터 8월 중순쯤까지 4개월 반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돌아가려고 노력중입니다.
4월에 막 와서는 집구하고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보내다가 4월 말쯤 비교적 제가 머무는 프레토리아(Gauteng에 속해있고 요하네스버그 바로 옆동네. 남아공의 행정수도)에서 비교적 가깝고 명성 또한 자자한 드라켄즈버그에 갔습니다.
일정은 4박 5일이었고 선택한 교통수단은 Baz Bus 입니다. (http://www.bazbus.com)
Baz Bus는 남아공에 여행오는 배낭족들이 보편적으로 선택하는 교통수단입니다.
남아공은 치안이 위험하기로 유명하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물론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만큼이나 엄청난 일들이 매일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일어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 결과 이곳은 대중교통이 충분히 발달해 있지 않습니다. 주민들이 대중교통 내에서의 안전을 신뢰하지 않아 누구나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한가지의 이유로 작용합니다. (수도가 있는 Gauteng 지역에 Gautrain이라는 안전한 지하철도 분명히 있긴 합니다만 값이 비싸서 모든 사람들이 자유자제로 이용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바즈버스는 항상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승객들을 태우고 내려주기 때문에 안전과 편리성이 보장됩니다.
첫쨌날 (2013. 4. 26. 금)
어찌되었든 저는 그래서 프레토리아 1322 Backpackers international 앞에서 요하네스버그 바즈버스 픽업포인트로 가는 셔틀차를 탔습니다. 숙소로 너무 일찍 도착해서 셔틀이 올 때 까지 문밖에서 혼자 기다려야 하나 무서웠었는데 숙소 구경좀 시켜달라고 주인분한테 사바사바 얘기하고는 안전하게 기다리다가 셔틀에 올랐습니다. 프레토리아에서 조벅까지 가는 사람은 세계일주를 막 시작한 뉴질랜드분 한명하고 저, 이렇게 둘밖에 없더라구요.
조벅에 가서 진짜 바즈버스에 올라타니 3명이 더 있었습니다. 버스라고 해서 진짜 버스를 상상했었는데 실제로는 그냥 조금 큰 봉고차였습니다. 하지만 좌석은 충분히 편안했습니다. 이렇게 승객 5명에 운전사까지 총 6명이서 오붓하게 출발했습니다.
가는 길에 바즈버스 내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남아공은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길가가 정말 황량합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문제가 생겨 예상보다 더 오래걸린 탓에 5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달린 끝에 목적지인 Drakensberg의 Amphitheatre Backpackers Lodge(http://www.amphibackpackers.co.za)에 다다를 즈음 되니깐 이런 장관이 펼쳐지더군요. 졸고있던 백팩커들은 깨어나서 제각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빠졌습니다.
곧 숙소에 도착했고 저는 사전에 이메일로 도미토리 룸을 예약해뒀어서 도미토리에 갔습니다. 같이왔던 몇몇 승객들은 미리 예약을 안해서인지 뭤때문이었는지 텐트에서 자더군요. 도미토리가 당연히 더 편해보이긴 했지만 텐트는 가격이 정말 쌉니다. 일행이랑 같이 가실 배낭여행자 분은 텐트에 머무는 것도 고려해보셔도 될 듯. (당시 도미토리 : R125, 텐트는 R70 정도였던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습니다. 싱글룸과 더블룸 등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객실들도 물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지면 위에 링크한 홈페이지에서 확인!)
제가 머물었던 도미토리 문 바로 앞의 전경입니다. 하룻밤에 만오천원 주고 묵는 것 치고 전경이 엄청나죠?
차를 가져온 사람들은 게스트하우스 뜰에서 야영도 하더군요.
게스트하우스 주변에 가벼운(과연그럴까) 산책로가 있습니다. 도착하고 짐정리하니 3-4시쯤 되어서 어딘가 제대로 가기엔 애매하고 그냥 숙소에 앉아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워서 산책로라도 걸어볼까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위의 사진은 인생을 통틀어 혼자서는 처음으로 하는 외국여행에 엄청나게 들뜬 저의 모습입니다.
산책로에 간단한 표지판이 있긴 한데 길이 딱 만들어져 있는게 아니고 긴 풀숲을 헤쳐걸어가야 하더라구요. 거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이 코스는 마쳐야하겠기에 작은 호수 근방 30미터정도 다다르니 땅이 질척질척해지더니 신발이 물속에 잠기는 지경에 다다라서 포기하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산책에서 얻은 것은 몇장의 셀카와 부모님과 함께 광주의 한 아울렛에서 싸게 주고 산 라퓨마의 고어텍스 등산화에 대한 신뢰. 정말 물속에 거의 잠겼었는데 한방울도 새지 않아서 엄청나게 감동했습니다. 그이후로 질척한 땅에서 항상 자신넘쳤다는. (홍보하는건 아니구요 ㅋㅋㅋ)
숙소의 밤 풍경. 밖에는 수영장 내부에는 멋진 바도 있습니다.
이곳은 항상 배낭족들로 붐빈다고 한다더군요. 4박 5일 동안 많은 배낭족들이 함께했습니다. 여행 정보도 공유하고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하고. 이렇게 여행하는 동안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즐거웠습니다 :)
둘쨌날 (2013. 4. 27. 토)
본격적인 여행의 날이 밝았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Amphitheatre Summit and Tugela Falls. 등산코스입니다. 원래 한국에서도 별로 등산에 재능이 없었던 저는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일단 길을 나섰습니다.
아참, 제가 묵었던 엠피씨어터 백팩커스에는 많은 자체 투어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습니다. 교통비용과 가이드, 점심 등 포함되어있는 것들을 따져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어쨌든 그래서 제가 선택한 것도 바로 저 가이드 투어입니다.(모든 내용들은 위에 링크한 숙소 홈페이지에 자세히 적혀있습니다.) 사실 숙소 자체가 완전히 in the middle of nowhere 이라서 자가용이 없는 저에겐 저 투어들이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아침식사는 6시 반부터 제공됩니다. 슬프게도 아침은 숙박비에 포함되어있지 않아서 따로 주문해야합니다.
오시기 전에 조벅이나 프레토리아에 있는 마트에서 음식 해먹을 재료들을 사오시면 셀프키친에서 요리를 직접 해드실 수 있습니다. 여기 밥값이 제가 느끼기에 좀 많이 비싸서(특히 저녁. 저녁은 R100에 코스요리로밖에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음식거리를 좀 준비해오신다면 배낭족들에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갈 준비를 마치고 7시 반에 숙소 앞에 모여 다같이 봉고차를 타고 드디어 출발합니다.
숙소에 소속되어있는 Adrean이라는 가이드가 함께 했습니다. 신나게 음악을 들으며 갑니다. 그렇게 신나게 꼬부랑 언어 노래들을 들으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어같은 소리가 들리길래 이게 뭐지 하고 주의를 기울여보니 제이레빗의 목소리인것 같더라구요!! 신나서 옆에앉아있던 독일인 여행자에게 이 노래 한국노래라고 하며 열심히 네이버 뮤직 검색기를 돌려 노래의 제목을 찾아냈습니다. "제이레빗 - aMorejo" 참 뭐든 편한 세상입니다 하하. 엄청나게 반가웠다는. (나중에 이 노래를 재생한 장본인인 Adrean하고 이야기해보니 사실 그는 가수의 국적도 몰랐다는군요. 대충 일본인이겠거니 했답니다. 새삼 뿌듯!)
등산 시작지점에 가까워지면 길이 엄청나게 안좋습니다. 차가 심하게 흔들려서 음악에 맞춰 열심히 엉덩이로 점프하며 총 1시간 정도의 드라이빙 끝에 차에서 내립니다. 등산을 시작하면 정상적인 화장실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입장하기 전에 화장실을 가야 합니다. 등산은 총 8시간정도 걸립니다
위의 사진 4개는 등산의 도입부입니다.
차로 꽤 올라간 후에 등산을 시작을 시작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장관이 펼쳐집니다.
또한 지대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나무가 얼마 없습니다.
1-2시간정도 걷고 난 후 나온 뷰포인트
중간에 이렇게 바위코스도 있습니다. 좀 길긴 하지만 엄청나게 힘들진 않습니다.
만난 멤버들이 너무너무 좋은 사람들이어서 짜증내고 칭얼대는 사람 하나 없이 즐겁게 차분히 걸을 수 있었습니다. :)
긴 바위코스를 지나 Summit에 도달했습니다. 정말 숨막히는 경치라는게 이런거구나 싶었습니다.
숙소에서 챙겨준 런치박스에 사과가 있었는데 사과를 먹고 남은 부분을 절벽 아래로 던지면 그쪽에 있던 이름모를 새가 사과를 따라 급하강(?)하더라구요. 이래저래 새로운 풍경이 많았습니다.
민소매 차림의 날씨로 따듯했는데 높아보이지 않는 곳의 하얀 눈이 신기했어요.
독일 커플과 프랑스 간호사 두분.
독일인 언니한테 한국영화 베를린에 대해 얘기하면서 걸었습니다. 한국영화중에 제목이 베를린이라는게 있다고 하니깐 굉장히 흥미로워하시더라구요. 게다가 저 때가 북한 미사일 문제로 전쟁이 나네 마네 하며 한반도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뜨거웠던 때라서 영화 내용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어요.
투겔라폭포입니다.
Tugela Falls.
바위에 저렇게 가파른 사다리가 두개나 달려있어요. 하나 하고 내려오고 끝난 줄 알았는데 더 긴게 하나 더 있었다는..
안전 장치같은 게 있지 않아서 후덜덜 조금 무섭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자신없는 분은 가이드분에게 말씀드리고 허리에 로프를 달고 내려오시더라구요.
무슨 일이 있어도 사다리위에서 인증하고싶어서 찰칵! 살짝 겁먹은 표정입니다 하핳
하지만 위험해요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겠습니다........
내려가는 길.
중간부터 올라왔던 코스랑 같은 곳을 걷게 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내려올 때 쯤 되니깐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선셋과 함께한 Damien Rice와 언니네 이발관과 메이트의 음악은 환상의 궁합을 이뤘습니다.
총 산행시간은 약 7-8시간정도였습니다.
저는 원래 약한 체질은 아니지만 평소에 (아빠처럼) 등산을 즐겨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즐겁게 등산을 마쳤습니다.
물론 힘들긴 했지만 그것 또한 등산의 묘미라고 생각되더군요.
또 흔들리는 찻속에서 엉덩방아 쾅쾅 찍으며, 서로의 떠다니는 모습에 어이없어 웃어대며, 유쾌한 가이드의 뮤직박스를 즐기며, 그리고 오늘 걸었던 길들을 다시 떠올리며, 오래묵은 생각들을 조심스래 머릿속에 펼치며 숙소로 돌아갑니다.
숙소에는 여전히 여행객들이 그득하고 바는 온갖 이야깃소리로 활기찹니다.
등산덕에 잠은 아주 푹 자겠습니다.